연재칼럼

삼국시대 오나라에 주유가 살았다. ‘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 하늘은 이미 주유를 낳고 또 어찌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의 그 주유다. 집안, 외모, 학벌을 겸비한 일명 ‘엄친아’였다. 삼국지연의는 제갈량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했다. 

주유는 유비를 없애고 싶었다. 손권 누이와의 결혼을 핑계로 유비를 강남으로 끌어들인다. 유비도 눈치를 챘다. 주유가 두려웠다. 이때 제갈공명이 말한다. “세 가지 계책을 비단주머니(錦囊:금낭)에 넣어 자룡에게 주었습니다. 때가 이르면 꺼내 보게 하였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비는 신부를 데리고 형주로 무사히 귀환한다. 공명이 준 세 가지 계책은 ‘유비가 손권 누이에게 장가든다는 소문내기, 호의호식에 빠진 유비 깨우치기, 위기의 순간에 부인 앞세우기’였다. 위기 때마다 공명의 금낭묘계(錦囊妙計)는 진가를 발휘했다.

장수기업은 흔치 않다. 다우존스 지수는 1896년에 12개 기업으로 시작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 단 한 곳이다. 2008년 월스트리트 금융 위기를 보자.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하고 94년 전통의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 1923년 설립한 베어스턴스는 본사 건물 가치의 20% 남짓한 가격에 JP모건으로 각각 넘어갔다. 1888년, 1899년, 1908년에 각각 세워진 코닥, K마트, GM 등 100년 기업도 퇴장했다. 이들에게 위기를 모면할 비단주머니는 없었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의 저자 짐 콜린스는 100년 기업이 망한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한다. 첫 단계는 성공이 자만심으로 변할 때다. 모토로라가 한창 잘나가던 1995년, 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지만 회사 경영진은 “4300만명 아날로그 고객이 있다”고 되받는다. 시장 점유율은 몇 년 새 반 토막 났다. 자기 기술에 매몰되기도 했다. 지구촌을 위성전화로 연결하겠다는 모토로라 이리듐 프로젝트는 휴대폰이 보급되자 벽돌 크기의 위성전화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두 번째 단계는 욕심이 과할 때다. 러버메이드(Rubbermaid)의 지나친 성장 목표나 과거 같은 성장을 계속하려 한 머크는 성공만큼 급하게 추락했다. 러버메이드는 3년 동안 거의 1000개의 신제품을 쏟아 냈다. 머크는 기대주인 바이옥스(Vioxx)의 위험성을 외면했다.

세 번째는 위험과 위기를 부정할 때다. 위기의 부정, 자화자찬, 엉성한 자기합리화, 실패의 장본인 찾기 등 잦은 위기를 변명으로 일관했다. 많은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비난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많은 경영서가 제시하는 묘책은 다양하다. 장수기업 성공 비결에는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수하는 동안 경영 환경은 무수히 변했고, 이에 맞춰 계속 변화했다는 점이다. 짐 콜린스는 거장 피카소조차 청색시대, 장밋빛시대, 입체파, 초현실주의를 거쳐 궁극에 다다랐다고 지적한다. 

짐 콜린스는 또 하나의 충고를 전한다. 듀폰은 1818년 공장 폭발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항상 공장을 지키며 위기를 극복했다. 하급 매니저가 일하는 공장터의 한가운데였다. 안전을 강조한 창업자가 전하는 위대한 유산이다.

“의약품은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수익은 부수로 얻는 것입니다.” 조지 머크의 유산이 퇴색될 즈음 머크의 위기도 시작됐다. 

듀폰과 머크는 묻는다. 대한민국 기업은 창업정신을 유지하고 있는가. 삼성에, LG에 창업정신과 통찰력은 지금도 흐르고 있는가. 

혼돈과 경쟁의 세계, 100년 기업을 위한 금낭묘계는 바로 격동의 시대에 기업을 일군 창업가의 정신 속에 살아 있는 것 아닐까.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출처 : 전자신문 & etnews.com 

원문출처 : http://www.etnews.com/2016021600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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